어느 멋진 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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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Des`ree-Kissing You.mp3

-누군가에게 그 어떤 의미가 되려 했을 때.-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  -고은별-

아무런 요구가 없을 때,우리는 행복하였습니다.
서로 바라보는 맑은 눈동자만으로 사랑은 풍요로웠습니다.
그러나
내가 그 사람의 어떤 의미가 되려 했을때,
모든 꿈은 깨어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.
그랬지요
그 사람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가는
끝내 눈물빛 침묵만으로 쓸쓸한 등을 보이며 떠나갔습니다.
누군가에게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을
나도 모르게 강요하였으므로
누군가에게 속박되기를 바라는 것이
이미 그 사람을 속박함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으므로
온 밤내 강물이 흐릅니다.
어쩌면 나는 아주 작은것에서 조차
삶의 목표를 실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비로소 느낍니다.
스스로 하나의 우주인 그 누군가를 구속하려했던 어리석음은
진정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였기 때문이겠지요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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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연하게도 정확히 10년 전 오늘쯤이었을까..
1998년 여름,
나는 W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.
봉투 안에는 어떤 편지도 찾을 수 없었고,다만 이 시만이 있었다.
고은별의 "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려 했을 때"

뭐지...
무슨 의미였는지..알 수 없었다.
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...
첫 키스의 기억은 빠르게 잊혀져갔고,
그렇게 시간이 흘렀다.
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른이 되고,
많은 사랑이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,
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만 같다.

그것은 그 시간의 회귀에 대한 갈망이나 그리움이 아니다
 그 사람에 대한 애잔함과 안타까움이 아니다.
다만,
그 사람은 그때,
고통이 담겨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.
그것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.
사랑은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을...

10년전에 그 사람의 마음에는 이미
커다란 우주가 있었을까...
나 역시 10년이 지난 지금..
이 가슴 속에 아주 조그만 우주를 가지게 되었다.
그리고...아주 특별한 오늘...
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