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랑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시연꽃 가시연꽃 작자미상 널 만나고 오는 길에 비가 따라 온다 남겨진 발자국들을 쓸어내며 비린내가 난다고 말하던 너와 가뭄이 오래 되었다고 말하던 내가 함께 비를 맞던 순간은 지나갔다 잘린 아까시나무를 아파하던 너와 너의 아픔을 모른 채 비가 좋은 나와 비를 맞은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며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던 비 취기가 오르자 종이컵에 꽁초가 쌓였다 종이컵의 기원을 떠올리고 우리의 맨 처음을 떠올렸다 우리 안에 쌓인 꽁초와 우리에 갇힌 나와 너와 사물들에게 우연을 가장한 비가 내렸다 걸어온 길을 짚어보며 우리는 저마다 쓸쓸하다 여기에 아무도 없어서 쓸쓸하고 거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많을 것 같아 쓸쓸하고 마음 같지 않아서 너는 너대로 쓸쓸할 테지만 버려진 것들을 쓸어 담으며 비가 내린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.. 더보기 이전 1 2 3 4 ··· 52 다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