가시연꽃 작자미상
널 만나고 오는 길에 비가 따라 온다
남겨진 발자국들을 쓸어내며
비린내가 난다고 말하던 너와
가뭄이 오래 되었다고 말하던 내가
함께 비를 맞던 순간은 지나갔다
잘린 아까시나무를 아파하던 너와
너의 아픔을 모른 채 비가 좋은 나와
비를 맞은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며
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던 비
취기가 오르자 종이컵에 꽁초가 쌓였다
종이컵의 기원을 떠올리고
우리의 맨 처음을 떠올렸다
우리 안에 쌓인 꽁초와
우리에 갇힌 나와 너와 사물들에게
우연을 가장한 비가 내렸다
걸어온 길을 짚어보며
우리는 저마다 쓸쓸하다
여기에 아무도 없어서 쓸쓸하고
거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많을 것 같아 쓸쓸하고
마음 같지 않아서 너는 너대로 쓸쓸할 테지만
버려진 것들을 쓸어 담으며 비가 내린다
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
죽비처럼 쏟아진다
이걸로는 어림없어
맞아도 한참 더 맞아야 해
내가 너무 많은 나와 네가 너무 많은 너와
어쩌다 다시 만나 가시 돋친 말들은 묻어두고
어디 푸성귀라도 좀 심어 먹고
못도 좀 파고 연도 좀 심어
연꽃으로도 피어나고 싶은데
지금은 가시밖에 보이지 않는
우리 사이에 비가 내린다
허공을 비집고 어느 날 솟구칠 거기에
지금은 다만 비가 내린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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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안에 내가 너무 많아서 헛구역질이 날것같다.
이깟 시가 대체 뭐라고.... 두통은 수많은 가시처럼 나를 찔러대는지...
비에 익사해버릴것 같은 날들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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